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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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링과 현타에 대한 고찰

들어가며: 모든 것이 끝나기 전에 찾아오는 질문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걸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 끝에 도달하면 무언가 있을 거라 믿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때로는 그 끝에 이르기도 전에, 터널의 한복판에서 문득 모든 것이 멈추는 순간이 찾아온다. 흔히 ‘현타’라 부르는, 현실 자각의 시간이다.

치열하게 달리던 몸과 달리, 영혼이 먼저 빠져나와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묻는 듯한 낯선 감각. 이것은 단순히 허무함을 넘어,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깊은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이 글은 목표를 향해 달리던 길 위에서 문득 길을 잃은 모든 이들을 위한 사색의 기록이다.

1. 목표가 의미를 대체하는 곳, 터널

우리는 왜 그토록 치열하게 터널 속으로 들어갔을까. 그곳에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잠시 잊게 해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합격, 프로젝트 성공, 경쟁에서의 승리. 규칙이 분명하고 보상이 확실한 ‘유한게임’ 속에서, 우리는 그 목표를 삶의 의미 자체와 동일시한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이 명료함은 더없이 안전하게 느껴진다. 고민할 필요 없이, 그저 정해진 길을 따라 전력 질주하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한 답을 찾는 대신, 눈앞의 목표를 해결하는 것으로 불안을 잠재웠다.

2. 현타, 삶의 의미를 묻는 내면의 목소리

‘현타’는 터널의 끝에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터널의 끝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이 목소리를 듣게 되지만, 어떤 날은 터널의 한복판을 달리던 중에 문득 영혼이 빠져나오는 듯한 감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아직 목표는 저 앞에 있고,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데, 마음이 먼저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순간.

이는 터널 속에서 애써 외면했던 ‘진짜 나’의 목소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살아있다고 느끼는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이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망망대해에 홀로 선 듯한 막막함을 느낀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경주와 눈앞에 닥친 실존적 질문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이 공포를 견디지 못해, 우리는 종종 질문을 억지로 외면한 채 다시금 맹목적인 질주를 택하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게 된다.

3. 방향 잃은 막막함, 그 이름은 자유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의 진짜 이름은 ‘자유’다.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와 의미가 내 삶을 온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온전한 자유.

하지만 우리에게 그 자유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자유는 공포가 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감각은, 사실 나에게 ‘삶의 기준’이 없다는 고백과 같다.

유한게임의 규칙이 내 삶의 기준을 대신해 주던 시간은 끝났다. 이제 인생이라는 막막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타인이 정해준 목표가 아닌, 내 안에서 빛나는 별을 따라가야 한다.

  • 무엇이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은가?
  • 나는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은가?

이런 ‘나만의 기준’이 부재할 때, 우리는 표류한다. 터널 속에서 길을 잃는 이유는, 결국 나만의 지도가 없기 때문이다.

나가며: 의미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며

현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목표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바로 그 순간은, 빌려온 의미가 아닌 나만의 의미를 찾아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내면의 부름이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때로는 더 깊은 공허함을 마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둘러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섣부른 다른 목표로 공백을 채우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막막함 속에 머무르며, 내면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바로 그 자리야말로, 진짜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출발점이다. 텅 비었기에, 비로소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다. 이제, 잠시 멈춰 서서 당신만의 서사를 써 내려갈 시간이다.


부록, 나의 삶의 기준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행복, 대장부, 포용, 단단함, 흔들리며 핀 꽃, 향기나는 사람 같은.

단어마다 구체적인 정의가 있는 건 아니고, 어떠한 느낌이나, 감정, 방향성 같은 것들이 있고 이게 삶을 이끄는 편.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강력한 동기도 있다.

  1. 몰입하며 열정있게 살고 싶다
  2. 생산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평생 일 하고 싶다
  4. 나와 같은 사람들과 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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